경포해변 덮친 강릉 산불…비가 도와 잡았다

입력 2023-04-11 18:23   수정 2023-04-12 00:35


강원 강릉에서 11일 오전 발생한 산불이 산림과 주택·펜션 등 101채와 축구장 530배 면적을 태우고 8시간 만에 진화됐다. 산불은 이날 오전 순간 최대 초당 30m의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져 경포대 해안까지 이르렀다. 다행히 오후 들어 강릉 일대에 비가 내리면서 불길이 잡혔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이 발생한 곳은 경포호 동편의 난곡동 숲이다. 거센 강풍에 부러진 나무가 주변 전신주 전선을 끊어 스파크를 일으키며 발생했다.

숲으로 옮겨붙은 불이 강풍을 타고 주변 민가로 급속히 확산하자 소방청은 오전 9시18분 소방 대응 2단계를 발령했고, 9시43분 대응 3단계로 격상했다. 산불로 소방 대응 3단계가 발령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전국 소방동원령 2호도 함께 발령됐다. 헬기 14대와 인력 2787명, 소방차 등 장비 403대가 진화 작업에 동원됐다.

오전 내내 산불은 잦아들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태풍급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확산해 경포해변 방풍림 일부를 덮쳤고, 짙은 연기가 해변으로 번져 백사장을 뒤덮을 정도였다. 경포해변 중앙통로 인근 소나무 숲까지 번져 그을음을 내뿜었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방해정 정자도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평균 초속 15m, 순간 최대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으로 진화에 애를 먹었다. 한동안 소방헬기가 뜨지 못할 정도였다.

오후 3시가 지나 강릉에 비가 내리면서 상황이 나아졌다. 바람이 잦아들고, 헬기가 동원되면서 진화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산림당국은 오후 4시30분 산불이 완전히 잡혔다고 발표했다. 산림당국은 이번 산불로 산림 379㏊가 소실됐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불길에 휩싸인 펜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80대 노인 한 명이 사망했다. 이밖에 화상을 입거나 화재 연기를 마시는 등 총 1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산불을 일으킨 강풍은 강원지역 봄철 계절풍인 ‘양간지풍’으로 추정된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고성 간성읍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을 말한다. 강릉과 동해에선 지난해 3월에도 산불이 발생해 산림 4000㏊를 태웠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발생한 산불 건수는 441건으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같은 기간 발생한 평균 294건의 1.5배에 달한다. 현재까지 전국 산불 피해 면적은 총 4312㏊로, 지난 10년간 같은 기간 평균 3061㏊의 1.4배 수준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산불 발생이 급증하고 대형화하는 추세”라며 “봄철엔 사소한 부주의가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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